TV를 보다가 한 여자가 정성스레 선물을 파란 종이에 포장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곰곰히 보다가 생각이 난다
어둑어둑한 기억 속에서 한 장면을 들춰본다.
학교앞 문구점 나는 갓 10년을 산 아이
그 아이가 삶의 가치와 축하의의미를 알기에는 너무 빠듯한 나이에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기위해 진열대에서 곰곰히 물건들을 본다
한손에 실내화 가방, 한손에 시원한 샤베트 컵을 든체
진열대를 곰곰히 살펴본다.
치약과 칫솔이 함께든 귀여운 컵세트, 아기자기 여러개가 들어있는 지우개들, 예쁜 공주 캐릭터가 그려진 철제필통, 간격이 넓은 색색의 줄 노트, 손바닥만한 귀여운 인형
그중에 하나를 골라 계산대 위에 올려 놓고
친근한 문구점 아주머니에게
" 예쁘게 포장해주세요"
그리고 빤히 포장하는걸 바라본다
잘 포장은 되는지 너무 시시한 상자 싸개가 아닌지, 포인트로 장식을 달아 주면 좋을텐데 짧은 걱정을 하며-
그 아주머니는 뒤편에 쌓여있는 포자지롤 중에 쓱쓱 하나를 골라 계산대 위에 올린다.
선물을 놓고 어림짐작으로 가위로 한번에 쓰윽 포장지를 오린다.
그리고 척척 두르고 접고 싸고, 포장지 뒷면의 반짝이는 은색 부분을 한번앞으로 접어 포인트를 준다.
손에 받아든 선물 상자를 보며 난 즐거워한다.
받을 친구의 얼굴과 내가 뭔갈 해냈다는 작은 뿌듯함, 빨리 내일이 와서 교실에 들어가
친구에게 주고 싶다는 조바심.
세월이 흘러 나는 머리속으로 고민을 한다.
포장지는 중요치 않다
그사람이 필요한게 무엇일까, 적당한 가격에 선물 어디없나, 백화점을 그냥 갈까,
아니 귀찮으니 인터넷 서핑을 해볼까,
정작 골라놓고 또다른 고민을 한다. 너무 가격이 낮아 보일려나, 마음에 안들어하면 어떻게 하지,
이 선물이 과연 그 사람에게 필요한 선물일까, 같은걸 받은건 아니겠지? 하는 이런 저런 생각..
다음날 교실에 들어간 나는 생일인 친구 주변에 친구 친구들 사이에 끼어서
생일축하해 ♬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OO야 생일 축하합니다 ~
그리고
하나
둘
셋
우르르르 책상에 작고 작은 선물들이 쌓여진다.
선물 포장지를 뜯어 보는 그 친구
분홍, 연두 컵세트가 겹친다. 필통도 보인다, 아직 그친구가 쓰기엔 조금은 무거운 머그컵도 보여
하지만 우리는 웃는다 :)
즐거운 생일 축하
생각해보면 갓 10년
10번의 생일을 보냈던 아이들이였는데 그 소중함이 얼마나 큰지 몰라도
웃는다. 방긋 웃는다.
10번, 20번의 생일날들을 보내면서
그 웃음은 더 커나가지않는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