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두마리를 방금 화장지로 꾹 눌러 죽였다.
블로그를 쓰고 고개를 들어 앞에 커텐을 보는데
더듬이가 달려 있고 딱딱한 등 껍질을 가진 곤충 한마리가 스물스물 기어다닌다.
기겁하고 화장지를 둘둘 말아 잡아서 꾹 눌렀다.
비스켓이 부서지는 소리 처럼 그 빛나던 등껍질은 부서지고 곤충은 진액이 터져 나온다.
닿지는 않았지만 겹겹히 쌓인 화장지 넘어로 내 엄지손가락에 전해오는 감촉,
지금은 새벽 아까 자정쯤에 밥을 먹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집에 와서 엄마가 보내주신 고구마를 먹었고,
고구마를 다 먹고 맥주한캔을 다 먹었고, 라면을 하나 끓여 먹고,
그리고 곤충 한마리를 죽이고 휴지에 쌓인채 내 변기구멍속으로 바이바이 하고
나는 밥을 또 먹는다.
먹어도먹어도 이 허기짐은 무엇이지a
아작아작 밥알들을 아까 내가 죽였던 감촉을 잊은채 먹는다.
그리고 내 2%복숭아 맛을 한컵들이킨다.
그리고 엄마가 보내주신 미숫가루통을 돌려연다.
그런데 그 통 겉에 붙어있던 내 새끼 손톱보다 작은 흰 꾸물꾸물한 애벌레가 꿈틀거리며
전자레인지위에 톡 떨어진다.
나는 다시 기겁한다a
공처럼 오무려있던 애벌레가 쫙 몸을 피더니 스물스물 기어다닌다.
아무래도 며칠전에 엄마가 보내주신 고구마,자두, 반찬, 미숫가루사이 붙어있었나보다.
나는 벌레를 보면 기겁하지만 평소 옥상에서 모든 채소와 먹을것들을 키우시는 엄마는
지금 이 벌레들 보셨다면 아마 자랑스럽게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역시 무공해야, 하셨을꺼야:)
' 아 정말 벌레는 아무리 보고 또 죽여도 아무리 만져도 적응을 하지 못하겠어'
말없이 또 휴지를 돌돌말아서 애벌레 내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납작하게 눌러버린다.
또다시 느껴지는 감촉
마치 후라이팬 위에서 달궈진 비엔나 소세지 한개가 쫙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아까 곤충의 진액과는 달리 더욱 물근 액체가 터져나온다.
으윽 휴지에 쌓여있지만 마치 내 엄지손가락에 뭍은 느낌이야 ,, 퉤퉤퉤
그리곤 똑같이 내 변기구멍으로 흘려보낸다.
그릇을 꺼내 미숫가루를 넣고 우유를 넣어 한그릇 마셔버린다.
후아 -
나 참 잘 먹는다 다른때는 배고파서 먹지만
새벽에 먹는 건 조금은 다른것같아 아무 생각없이 그냥 뭔가 허기져서 먹는다
먹고 또 먹고 그리 움직이기 귀찮아하던 내가 그릇이 없으면 설거지까지 해서
막 주방세제에서 벗어난 그릇에 먹을것을 담아 먹는다.
이럴때 약간 내가 이상하다고 느껴지긴 한다a